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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오랜만에 디그레이맨을 봤다. 물론 제대로 본 것은 아니지만 (심지어 역순으로 읽기까지-_-) 크게 한가지 변한 점이 있다면 칸다가, 너무 멋있어졌다. 라뷰를 상당히 지향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꼭 칸다가 아니어도 내가 디그레이맨을 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오히려 칸다의 존재가 디그레이맨을 보게하는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쪽에 더 가깝다. 왜냐고, 물론 라비가 있으니까. 망상 속의 라비유우, 내게 통칭 라뷰의 이미지는 이런 거다. 능글맞고 의외로 세상에 차가운 냉정한 라비와 사실은, 단지 모든게 귀찮을 뿐인 열정을 품은 ‘소년’ 칸다. 이런 이유로, 청년이 된 라비는 그림이 나오지만 소년을 벗어난 칸다는 이미지를 잡기가 쉽지않다. 알기쉽게 말하자면 아직 청년도 되기 전의, 어딘가 어린 느낌을 자꾸 갖게만드는 칸다가 좋다. 하지만 최근의 칸다는, 완전한 남자가 되었다.(-_-) 악마가 칸다에게 묻더라. 너와 나, 살아남는 쪽은 누굴까. 칸다는 대답했다. ‘俺だろ。’ 나겠지, 라고. 내가 원하는 칸다의 가장 이상적인 이미지와 표정과 대사와 뉘앙스였다. 물론 칸다에게 많은 걸 바라는 건 아니다.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좋다. 더욱 세밀하게 말하자면 나의 관심사는 항상, 칸다보다는 라비다. 디그레이맨에 관심을 끊은 동안, 라비와 칸다는 원작에서 드디어 만났다. 바랐던 것처럼 임무를 행하는 도중에, 라비 특유의 미소로 ‘유우’ 하고 이름을 부르면서. 자꾸 이름 부르면 찢어버리겠다(....)는 칸다에게 바짝 쫀 라비는 이상하게 등장이 잘 없더라.(-┏) 라뷰가 아니라 칸다라비가 되어버릴 것같은 이 불길한 예감 1g을 찝찝하게 간직하며(-_-), 오랜만에 라뷰 15제 02. 이노센스. 이거 사실은 올해 1월에 장난삼아 써둔거다. 제목은 그래 음, …젠장, 제목 따위. (+) 02. 이노센스 임무를 마치고 이제 막 교단으로 귀환한 라비는 긴 복도를 천천히 걸으며 격자무늬가 길게 이어진 창문 밖을 바라봤다. 거센 바람이 소용돌이 치고, 그 바람이 내지르는 기분 나쁜 굉음과 달빛조차 집어 삼킬 만큼 짙고 깊은 하늘이 마치 블랙홀을 보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잠시 걸음을 멈춰 창문을 바라보며 몸을 돌렸다. 언제나 늘 같은 색의 어두운 하늘이 아찔하도록 크게 느껴져, 라비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어 유리창에 긴 손가락을 쓸었다. 늦게까지 교단의 근처에서 수련을 하던 칸다는 늦가을의 거센 바람 탓인지 노랗고 붉은 은행잎들이 떨어져 정신없이 바람에 흩날리는 거리를 걸으며, 교단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발 한발 걸음을 땔 때마다 바삭바삭 하고, 바싹 말라버린 잎들이 비명을 질러왔다. 교단의 입구에 서 옷에 붙은 잎사귀들을 털어내고 바로 커다란 대중탕에 들러 간단한 샤워를 마치고 나온 칸다는, 길게 늘어진 결 좋은 머릿결을 손으로 쓸어 넘기며 복도의 모퉁이를 돌았다. 모퉁이를 돌자 사뭇 진지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라비가 보여 칸다는 잠깐 걸음을 멈췄다가 다시 발소리를 낮춰 천천히 그쪽을 향해 걸어갔다. 큰 복도를 울리는 조용한 걸음걸이를 한참 뒤에나 눈치를챈 라비는 그 진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칸다를 확인하고 몸을돌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라비 여기, 여기! 이 쪽으로 와!!" 점심때가 되어 식당을 찾은 라비는, 자신을 보고 반갑다는 듯 웃으며 손을 크게 휘휘 젓고 있는 리나리를 향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칸다는 그런 리나리를 향해 '뭐야, 쓸데없는 짓 하지 마'하고 정색을 해보였지만, 리나리는 전혀 개의치 않고 억지로 라비를 끌고 와 칸다의 맞은편에 앉히며 그간의 안부를 묻는 등의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리나리의 가상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눈이 마주친 칸다와 라비,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살벌한 시선을 쏘아 보낼 뿐이었다. "그, 그러지 말고 표정 풀어. 라비, 칸다. 응? 두 사람 무지 오랜만에 보는 거잖아-" "그래, 아직까지도 신기하게 살아 있네." "너야말로 어떤 허접한 놈들을 맡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나치게 명이 긴 편이군." "너 그 긴 머리 관리하려면 꽤 힘들겠다? 일은 뒷전이고 사내새끼가 머리카락 치장에 너무 신경 쓰는 거 아냐? 사실은 너 정말 여자라거나?" "라비!!" 키득 하고 기분 나쁘게 웃으며 말을 잇는 라비를 향해 리나리는 크게 소리치며 그를 제지했지만, 라비의 말에 잔뜩 화가 난 칸다는 더 이상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식판을 들고 미련 없이 일어나 자리를 떴다. 그런 칸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리나리는, 시선을 돌려 라비를 향해 다그치듯 얘기했다. "라비, 대체 왜 그러는 거야, 꼭 칸다가 가장 싫어하는 말들만 골라서…" "내가 뭘." "당장 칸다에게 가서 사과 해. 두 사람은 왜 그렇게 사이가 나쁜 거야 정말." "리나리. 머릿결로는 그 자식에게도 지겠는데, 관리는 하고 있는 거야?" "…말 돌리지 마." 생글생글 미소를 띠며 장난스런 말을 늘어놓는 라비를 보며, 리나리는 복잡한 얼굴을 해보였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 온 칸다는 침대에 걸터앉으며 자신의 긴 머리칼을 손가락에 살짝 감아 바라봤다. 한동안 자신의 머리카락을 응시하던 칸다는 피식 하는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풀고, 책상으로 시선을 옮겼다. 작고 투명한 유리관 형태의 조각물에 담겨진 연꽃 잎 한 장이 아슬아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점점 바래가는 듯한 꽃의 희미한 색이 기분 나쁘다는 생각이 들 때쯤, 조심스런 노크 소리가 들려와, 방문을 열었다. "저기 칸다. 라비도 반성하고 있으니까 라비의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딴 자식이 하는 말은 신경 안 써." "사이좋게 지내면 좋을 텐데 왜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모르겠어." "억지로 사이좋게 만들려고 애쓰지 마." "… 라비와 똑같은 말을 하네." 이내 시무룩해진 리나리는 뚱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섰다. 친구가 된다면 서로 둘도 없는 사이가 될 텐데- 하는 자신의 마음을 전혀 헤아려주지 않는 두 사람을 떠올리며, 익숙한 습관처럼 입술을 물었다. 다음날, 집무실에 불려간 라비와 칸다는 긴 소파의 각각 양쪽 끝을 차지하며 앉아 새로운 임무에 대해 설명하는 코무이를 향해 끝없이 살벌한 시선을 쏘아 보냈다. 코무이는 이런 시선쯤이야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무시하며 설명을 계속했고, 두 사람을 뒤에서 지켜보던 리나리만이 살벌한 살얼음판 위에 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 뿐 이였다. "그런데 코무이,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 "해, 라비." "내가 저 녀석과 함께 임무를 나가게 된 것이 리나리의 적극 추천은 아니겠지?" "… 물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하지 않겠다." "…." "다른 질문이 없으면 다음으로 넘어 가지." 코무이는 긴 손가락을 들어 안경을 한번 올리고 서류에 눈을 돌리며 설명을 계속했다. 그런 코무이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라비는 헤에, 하고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뒤에 있는 리나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멋쩍은 웃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리나리. 제발 부탁인데 귀찮은 짓 좀 하지 마." "너무해, 라비. 나는 라비와 칸다를 생각해서 그런 거라고." "어제도 얘기 했지, 억지로 사이를 좋…" "네네, 명심 하겠습니다. 잘못했으니까 설명 들으세요." 라비는 못 말리겠다는 듯 얼굴을 돌리며 옆의 칸다에게 잠깐 시선을 던지고, 다시 한번 코무이를 바라봤다. 임무 자체는 별로 까다롭지 않은데, 까다로운 것은 다른 쪽에 있다. 엑소시스트는 둘이고, 표적은 하나. 이런 경우에는 일이 훨씬 더 간단해 진다. 한 사람이 미끼가 되면, 다른 하나는 표적을 차지하면 되는 거다. 장소는 숲 속, 일하기 까다로운 것은 피차 마찬가지. 라비는 미끼가 되어 아쿠마들을 유인하고, 칸다는 '이노센스로 보이는' 작은 오르골을 향해 돌진했다. 오르골에서 흘러나오는 끝없는 음악 소리, 고요하고 불쾌하게 숲을 울리는 '클레멘타인.' 조용히 숲을 울리던 오르골은 특정 부분에서만 핀이 빠져 타각타각 하는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오르골을 집어 든 칸다는 상자를 닫고 품에 넣으며 자신의 골렘을 빼들었다. 골렘의 영상은 악마들에게 둘러싸여 온 몸이 피로 흥건해진 라비를 조용히 비추고 있었다. 상대를 죽이면서도 여전한 미소의 얼굴. 그 얼굴의 위화감을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칸다는 미간을 좁혔다. 라비가 있는 곳으로 도착한 칸다는 잠깐 황당한 얼굴을 해보였다. 작고 희미한 영상으로 보이던 것과는 달리 적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그 와중에도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끊임없이 무기를 휘두르는 라비를 보고 자신의 검을 꼭 쥐며 적진을 향해 뛰어 들었다. "'표적'은?" "갖고 있어." "돌아가." "뭐?" 금세 양옆으로 나가떨어지는 아쿠마들 사이로 길을 만들며 자신의 근처로 다가오는 칸다를 확인한 라비는 돌아가라고 소리치며 작은 목소리로 또 다른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지금 처리하고 있는 숫자겠지', 칸다는 정말 질리는 얼굴을 하며 크게 반문했다. "교단으로 돌아가라고." "지금 나한테 명령하는 거냐?" "너 없어도 나 혼자 충분하니까." '혼자 충분 하던가 말든가, 내가 녀석을 도울 이유는 없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묘하게 심기가 뒤틀린 칸다는 라비에게 한마디 하기 위해 몸을 옆으로 돌릴 때였다. 퍼억 크고 둔탁한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라비의 몸이 기울어지며 칸다를 향해 넘어져왔다. 본능적으로 라비의 몸을 잡고, 정면으로 시선을 옮기자 다른 아쿠마들의 두 배는 될만한 육중한 덩치가 칸다와 시선을 마주치며 입 꼬리를 씩 올리고 있었다. 잠에서 깬 라비는 낯선 천장을 보고 황급히 상체를 일으켰다. "라비, 괜찮아?"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듯한 얼굴로 리나리가 걱정스럽게 물어왔다. 라비는 깁스가 된 자신의 팔과 여기저기에 감긴 붕대를 보고 리나리를 향해 '뭐야 이건?' 하는 눈빛을 보내자, 리나리는 여전히 울먹이는 얼굴로 일어나 라비를 안고 어물어물 말을 이었다. "칸다가 라비를 안고 왔는데, 둘 다 온 몸이 상처랑 피투성이라 정말 큰일난줄 알았어.. 치료하고 기다려도, 라비는 깰 생각을 안 하고 칸다는 돌아온 후로 더 말이 없고, 정말 무서웠단 말야.." 쾅 추욱 잠긴 목소리로 말을 잇던 리나리는 거칠게 열리는 병실의 문소리에 놀라 황급히 얼굴을 돌렸다. 잔뜩 화가 난 얼굴을 한 칸다가 막 병실로 발을 딛고 있었다. 한발 한발 급하게 옮겨 라비의 침대 앞에 선 칸다는, 주먹을 꽉 쥐고 큰 포물선을 그리며 라비의 얼굴을 강타했다. "칸다!!" "윽 뭐야, 나 아직 환자인 거 안보여?" 얼굴을 감싸며 잔뜩 놀란 리나리를 스치며 칸다가 몸을 돌려 나가려 하자, 라비는 재빨리 칸다를 붙잡아 세웠다. "나 이거 지금 왜 맞는 건데?" "… 몰라서 묻는 거냐?" "내가 안 깨서 걱정이라도 하셨어?" 잔뜩 빈정거리는 말투의 라비를 보고 칸다는 눈썹을 꿈틀 이며 라비를 향해 똑바로 보고 섰다. 맞은 이유는 정말로 궁금하다는 듯한 라비의 눈을 한동안 마주치다 다시 한번 미간을 좁히며 입을 열었다. "…누가, 너더러 나 감싸달라고 했어?" "…." "왜 안하던 짓을 하고 난리야?!" "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인 것뿐이야" "감싸줬으면 쓰러지지나 말던가." 쳇, 하고 혀를 차며 얼굴을 돌리는 라비와, 심기 불편한 얼굴을 도무지 지울 생각이 없어 보이는 칸다를 보며 리나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리나리는 놀란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지금 이 황당한 상황을 이해해 보려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라비, 칸다 감싸다가 이렇게 다친 거야?" "…" "아냐, 내가 저딴 녀석을 왜…" "칸다는 라비가 걱정되어 말수가 더 줄었던 걸까?" "…" "아니야." 리나리는 과장된 부인을 하며 소리치는 수줍은 두 소년을 번갈아 바라보며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것 같더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잖아… 하고 여전히 웃음기 가득한 얼굴을 하며 한 손으로는 라비의 어깨를, 한 손으로 칸다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이노센스 같은 존재인 게 아닐까?" "헛소리 하지 마." "누가 봐도 아니라고 생각 해." "그렇지만 적진에 둘만 딱 떨어뜨려 놓으면, 망치나 육환이 없어도 서로에게 자극이 되는 거잖아." "전혀 안 그래." "지켜 주고 싶으니까,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는 거야. 라비가 칸다를 지키려고 악마 앞을 가로막은 것처럼, 칸다가 라비를 지키려고 수적 열세에도 살아나온 것처럼." 흐뭇한 미소를 짓는 리나리를 보고, 시선을 돌려 두 눈을 마주친 라비와 칸다 두 사람은, 마지 약속이라도 한 듯 '하아' 하고 미간을 잔뜩 찡그리며 서로를 외면했다. ━━━ 디그레이맨, 라비 X 칸다 [이노센스] written by 아게하 가끔은 이런 것도. 그리고, 알아도 수정은 없이.(....) 나는 정말 수준이 딱 그 수준(-_-)인지도 모른다. Copyright(c)2006 by 아게하 사실은 라뷰도, 칸다라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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